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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효 판소리 사설 완질(完帙) 청계본(淸溪本) 발견의 의의
고창뉴스 2020. 10.07(수) 16:05확대축소
지난 9월2일 기록에만 있고, 실물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었던 신재효 판소리 사설본의 완질(完帙)인 청계본(淸溪本)이 7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청계본은 가람 이병기의 ‘가람일기(1932년 8월17일)’에 처음 등장한다. 가람은 전북 고창군 고수면 평지리의 박헌옥(朴憲玉)씨의 집에 신재효 판소리 사설이 다 있다고 했다. 가람의 제자 김삼불(金三不)은 박헌옥씨가 소장한 ‘옹고집전’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6·25전쟁 중 김삼불이 월북한 뒤 청계본은 망실(亡失)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청계본은 사라지지 않았고 박헌옥씨의 장손(長孫) 박종욱씨가 온전히 보관하고 있었다. 박종욱씨는 1978년에 고향 마을 평지리 청계동이 저수지 조성으로 수몰된 뒤 생업을 위해 경향 각지로 여섯 차례나 이사를 다니면서도 청계본을 잘 보관하라는 조부의 유훈(遺訓)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청계본이란 명칭은 청계동에서 따온 것으로 김삼불이 붙인 이름이다. 청계본은 박헌옥씨의 부친 박경림(朴坰林, 1864~1932)이 1910년을 전후로 하여 필사한 것들이다. 박경림은 작품마다 필사한 때와 청계동에서 필사했음을 기록하고 일일이 소장인(所藏印)을 찍어 매우 소중하게 여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계본의 으뜸 가치는 신재효 사설을 모두 갖춘 완질(完帙)이라는 점이다. 신재효 사설의 다른 전승본들은 일부 작품들이 누락됐으나 청계본은 ‘(동창)춘향가’, ‘(남창)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토별가’, ‘박타령’, ‘변강쇠가’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오섬가’, ‘허두가’, ‘도리화가’, ‘성조가’ 등등 신재효의 시가(詩歌) 작품들도 다 있다.

전반적으로 상태가 양호하며, 내용의 누락 없이 달필(達筆)로 필사된 선본(善本)들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특히 ‘(동창)춘향가’는 읍내본, 성두본, 와촌본 등 다른 전승본에는 없는 것이어서 더없이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신재효 원본이 없으므로 이 청계본 ‘(동창)춘향가’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청계본이 발견됨으로써 신재효 판소리문학 연구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의 완질(完帙)이라는 점에서 이 자료 자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었다. 또 기존의 전승본들과 청계본의 비교연구는 물론 신재효 사설의 전승 계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울러 신재효 판소리 사설이 고창 지역의 지식층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향유된 점에 대한 연구도 진척이 있게 되었다.
이처럼 귀중한 자료가 4대(代)에 걸쳐 잘 보존되어 온 것은 대대로 소중히 여기고 늘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박종욱씨의 부친은 ‘춘향가(남창)’를 따로 필사하여 읽었고, 박종욱씨도 줄줄 외울 정도이다. 또 고창 판소리박물관에 기탁하기 위해 청계본을 떠나보낸 날 청계본을 잘 지키라고 한 조부가 박종욱씨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청계본은 자료 자체의 독보적 가치는 물론 대대로 지켜온 자손들의 지극한 애정과 정성이 배어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김종철(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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